싫어/ 봄비/ 꽃잎 (신중현 작곡집) (18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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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발라드
제조사 :예전미디어
원산지 :국내
출시일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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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A

1. 싫어
2. 봄비
3. 꽃잎
4. 먼길
5. 내일

Side. B

1. 마음

- 180g Virgin Vinyl
- 日本 東洋化成 Pressing
- 브로마이드, 인서트, 스티커 포함
- 700매 한정반

신중현 사운드와 이정화

정착하지 못했던 신중현의 초기 밴드 활동
1964년 한국 최초로 창작곡을 선보인 신중현의 첫 밴드 에드포는 라이벌 키보이스에 비해 대중적으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1966년 생계를 위해 미8군무대로 돌아간 신중현은 패키지 쇼에 전념했다. 급조한 밴드 조우커스에 이어 미8군 5인조 하우스밴드 블루즈테트, 액션스 등을 연이어 결성한 그는 한동안 자신의 창작곡이 아닌 흘러간 옛 노래까지 연주한 경음악(당시에는 연주음반을 그렇게 불렀다) 앨범을 발표했다.
프로젝트성 밴드를 결성해 연주 음반을 내는 소모적인 음악 활동에 머물렀던 신중현은 AFKN(미8군 방송)에 출연했다가 ‘싸이키델릭’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당시 AFKN에서 구사한 싸이키델릭 기법의 독특한 촬영과 화면 처리에 매료된 신중현은 인터뷰에서 “때마침 날 찾아온 미국 히피들과 어울리며 마약과 싸이키델릭에 심취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연스럽게 신중현은 전설적인 지미 헨드릭스 음악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당시 신중현이 얼마나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지, 둘째아들 신윤철은 가족여행 때 멀리 농가에서 들려오는 돼지 울음소리에 “지미 핸드릭스 기타 연주 소리가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펄시스터즈의 데뷔음반으로 찾아온 터닝 포인트
신중현은 새롭게 빠져든 싸이키델릭 음악을 시도하기 위해 새로운 록밴드 덩키스를 결성했다. ‘당나귀들’이란 밴드 이름은 그의 음악스승 이교숙이 ‘당나귀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는 의미로 지어주었다. 1968년 미8군 클럽 넉아웃 쇼의 하우스밴드로 활동할 당시의 록밴드 덩키스의 멤버는 리드 기타 신중현, 베이스 이태현, 드럼 김호식, 키보드 김민랑, 리듬기타 오덕기로 구성한 5인조 라인업이었다.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싶은 음악적 야심은 대단했지만 험지인 월남으로 떠나는 공연단 참여를 생각했을 만큼 당시 신중현의 활동 영역은 참담했다. 그러나 덩키스 멤버들과 함께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참여했던 펄씨스터즈 데뷔 음반은 예상치 못한 대박흥행을 기록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활동에 탄력이 붙은 신중현은 1969년 5월 김응천 감독이 연출한 음악 영화 「푸른사과」의 음악 감독까지 맡으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신중현사운드 로고를 표기한 첫 음반
연이은 앨범의 성공으로 신중현은 자신감이 붙었다. 곧바로 자신의 최대 관심사였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펼쳐내기 위해 넉아웃 쇼 단원이었던 당시 22세의 부산 출신 신인 여가수 이정화를 메인보컬로 영입해 음반제작에 들어갔다. 이번에 재발매된 1969년 신향음향제작소에서 발매된 덩키스의 첫 정규앨범이다. 사실 이 음반은 앞선 펄시스터즈나 뒤이어 등장해 엄청난 화제몰이를 했던 김추자의 데뷔앨범처럼 신인여가수 이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는 밴드가 아닌 여성보컬을 전면에 내세웠던 미8군 패키지 쇼의 대중성을 고려했던 포맷과 비슷한 전략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한 이 앨범은 처음으로 음반 재킷에 자신의 고유 브랜드를 상징하는 ‘신중현사운드’ 로고를 명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펄시스터즈의 성공 이후 히트 작곡가로 성장한 신중현의 높아진 위상과 자신의 음악에 확고해진 자부심의 반영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수록곡의 제목을 <싫어>, <봄비>, <꽃잎>, <먼길>, <내일>, <마음>처럼 두 글자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앨범이 기획 단계부터 음악적 일관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제작된 일종의 콘셉트 음반임을 말해준다. 음반 뒷면을 가득 채운 15분 53초의 실험적인 대곡 <마음>은 이 음반의 백미로 손색이 없다.

<봄비>, <꽃잎>의 오리지널 가수 이정화
신중현의 첫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담긴 이 앨범에는 명곡으로 평가받는 오리지널 버전이 여러 곡 수록되어 있다. 한국 소울 뮤직의 대부 박인수의 대표곡 <봄비>, 김추자의 히트곡 <꽃잎>이 대표적이다. 두 소울 명곡의 오리지널 가수는 이 앨범의 주인공인 이정화이다. 박인수의 <봄비>가 거센 소낙비라면, 이정화의 <봄비>는 가랑비로 흔히 비유된다. 
은근한 맛을 풍기는 이정화의 담백하고 여성적인 보컬과 잔잔한 음색은 편안하고 긴 여운을 안겨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박인수와 김추자가 들려준 강한 임팩트는 아니었기에 당대 대중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발매한 후 쇼단과 함께 월남 공연을 떠난 이정화의 가수 생명은 길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화는 앨범에 소개된 미8군 노아웃 쇼단 출신 부산출신 22세의 아가씨라는 정보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신중현사단의 미스테리 여성보컬리스트로 남았다. 

한국 최초의 본격 싸이키델릭 록 앨범
이 앨범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초반의 앨범 재킷은 녹색 바탕에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취입하는 이정화의 사진으로 장식되었고, 재반에서는 밤색 바탕에 서구적인 드레스를 입은 이정화의 사진으로 바꿨다. 음악적으로 초반은 즉흥적인 연주의 애드립에 강점이 있고, 재반은 퍼즈와 와와 이펙트 사용으로 인해 싸이키델릭 사운드의 향기가 더욱 진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재발매된 재반에 수록된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선호한다. 
두 음반 공히 이제는 실물을 쉽게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신중현의 희귀앨범들이다. 이 앨범은 15년 전인 2003년에서 복각 LP로 처음 재발매되었고 2006년, 2011년에도 CD로 다시 제작되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앨범이 되었다. 싸이키델릭 사운드에 천착했던 신중현의 명곡 <봄비>와 <꽃잎>이 최초로 수록된 사실만으로 이 음반의 가치는 크다. 또한 당시로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두 글자 제목으로만 구성한 콘셉트 앨범이자 한국 최초의 본격 싸이키델릭 록 앨범이란 자료적 가치는 무궁하다. 

글 / 최규성_대중문화평론가,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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