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참 예쁘네요 (LP Mini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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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 :8809530160275
장르 :Folk
제조사 :리듬온
원산지 :국내
출시일 :20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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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름다운 사람
02. 님의 마음
03. 나 돌아가리라
04. 눈송이
05. 그리워라
06. 내친구
07. 종소리
08. 얘기나 하지
09. 참 예쁘네요
10. 바다에서
11. 마지막 노래 (Bonus Track)


* 본 앨범은 CD입니다.
* LP Miniature란 자켓이 종이로 되어있으며 LP자켓을 축소한 자켓, (LP Sleeve 라고도 함)

현경과 영애 - 그리워라 (리듬온 2010) 오리지널 LP 미니어처 슬리브 & 라벨 재현한 한정반. 희귀사진과 해설로 꾸며진 인서트,  OBI 포함.

1970년대 포크 본연의 모습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일구어낸 현경과 영애의 데뷔작이자 유일작. 30년간 팬들에게 폭넓은 사랑으로 원곡의 존재를 잊게 만든 왈츠풍의 ‘그리워라’, 같은 대학 출신 이였던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 동요풍의 깜찍한템포가 돋보이는 ‘참 예쁘네요’ 김광희의 곡으로 프로그레시브한 느낌마저 안겨다주는 ‘나 돌아가리라’ 트레디셔널 싸이키 포크성향의 ‘얘기나 하지’ 등 수록곡 전체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한국 포크 역사에 영원히 기억 될 명반이며 소중한 유산.


앨범리뷰:
한국 포크 음악의 황금기’와 결부 지을 때 1970년대는 낡은 흑백 사진 같다. 역사적 사실과 함께 ‘좋았던 옛 시절’에 관한 노스탤지어를 동반한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그런데 ‘1970년대는 낡은 흑백 사진 같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는 컬러의 시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시대라고 얘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과속의 디지털 시대에 흑백 사진은, 아날로그는, 통기타는 과거에 저당 잡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대중음악 유산이 키치와 노스탤지어로만 호명되는 현실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그리고 드디어 현경과 영애의 유일작이 첫눈처럼 우리 앞에 다시 찾아왔다. 현경과 영애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이 앨범은 현경과 영애의 대학 시절 4년간의 음악 활동을 정리하는 기념 작품의 성격을 띤다. 졸업을 앞두고 기념으로 만든 이 음반은 그대로 사실상 ‘음악 활동 졸업’ 음반이 되었다. 따라서 이 음반에 갈무리된 음악들은 이들이 대학 시절 즐겨 불렀던 곡들 위주로 선곡된 것이며 이를 통해 이들이 추구했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음반에 담긴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현경의 자작곡 두 곡, 이현경이 개사한 번안곡 세 곡, 그리고 외부로부터 받은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에서 곡을 제공한 이들은 설명이 필요 없는 김민기('아름다운 사람'), '세노야'로 잘 알려진 김광희('나 돌아가리라', '내 친구'), 김덕년('얘기나 하지'), 그리고 '그건 너'로 유명한 이장희('눈송이')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실은 외부가 아니라 ‘음악 동료’들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이장희를 제외하면, 모두 같은 학교 동창이고 프로페셔널 가수나 작곡가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음반에는 누락되어 있지만 조동진, 김의철의 곡들도 현경과 영애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이현경과 박영애는 때로는 번갈아 노래하고, 때로는 같이 입을 맞추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그 노래 속에 맑고 순수한 영혼을 담으려 했다는 것은 음반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김민기가 만들어준 명곡 '아름다운 사람'은 대표적이다. ‘어두운 비’, ‘세찬 바람’과 대비되는 ‘맑은 두 눈’, ‘더운 가슴’, ‘고운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은 현경과 영애의, 나아가 당대 포크 공동체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갈무리한다. 1절은 이현경이 솔로로, 2절은 박영애 솔로로, 3절은 이현경과 박영애의 합창으로 진행되는 노래나, 느린 템포에 평이한 코드로 세 번 반복되는 악곡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기타 실력이 시원찮은 사람이라도 통기타를 퉁기며 고즈넉이 노래할 수 있고, 학교나 교회에서 해본 합창 실력을 조금만 응용하면 어렵잖게 화음을 넣어 부를 수 있는 곡이다.

김광희가 작곡한 '나 돌아가리라' 역시 '가난한 마음'(노래 양희은)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던 데서 알 수 있듯, 자연과 벗하는 작고 가난한 마음과 삶을 바라는 곡이다. 이 곡의 가사는 20세기 미국 여성 시인이며 극작가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1892-1950)의 시(詩) '나는 돌아가리라'에서 따온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중남미 풍의 관악기가 인상적인 포크 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음반은 '아름다운 사람', '나 돌아가리라', '얘기나 하지'처럼 차분하고 진지한 느낌의 곡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흥겹고 발랄한 분위기의 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번안곡들은 대표적이다. 스페인 보컬 그룹 모세다데스(Mocedades)의 'Adios Amor'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곡 '그리워라'는 꽤 인기를 모았고 지금도 현경과 영애의 팬들로부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왈츠 풍의 노래이다.

'종소리'는 페기 리(Peggy Lee)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캐롤 'O Ring Those Christmas Bells'를 원곡으로 삼은 곡으로, 폴카 리듬의 흥겨운 곡이다. 오리지널 가사와 번안 가사를 오가며 화음과 배킹 코러스를 가미한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요들 풍으로 노래하거나 아카펠라로 부르고 싶은 충동을 준다. '참 예쁘네요'는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의 라이브 버전으로 익숙한 'Oh, Rock My Soul'을 번안한 곡인데, 다채로운 화음과 남녀 코러스가 가미되면서 절을 거듭할수록 템포가 빨라지는 ‘부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피터 폴 앤 메리가 라이브에서 그랬듯 청중을 세 부분으로 나눠 ‘싱얼롱’ 하면 분위기 만점일 노래이다. 이런 번안곡들은 음악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이현경의 뛰어난 개사 솜씨도 알려준다. 하나의 예로, 간밤에 봄비/흰눈이 내린 후 예뻐진 세상을 찬미하는 '참 예쁘네요'는 원곡과 전혀 다른 가사를 붙였지만(원곡의 가사는 가스펠이다) 놀라울 정도로 음악과 잘 어울린다.

이현경의 자작곡 '님의 마음'과 '바다에서', 그리고 이장희가 만든 '눈송이'도 ‘아주 쾌활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발랄’과(科)로 분류되는 곡들이다. 왈츠 풍의 '님의 마음'과 '바다에서'는 ‘두비두비두비’나 ‘라라라라’ 같은 여흥구와 맑게 튀는 피아노 소리가 싱그럽고 청초한 이미지를 주는 곡이다. 여러 명이 노래와 배킹 코러스를 나눠 불러도 잘 어울릴 듯하다. '눈송이'는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풍금 소리에 맞춰 부르는 동요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곡이다.

이와 같이, 박영애와 이현경의 아름다운 노래, 이현경의 송라이팅과 번안 솜씨,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외부 작곡가의 면면과 그에 걸맞은 밀도 높은 곡 리스트는 이 음반의 질적인 수준을 보장한다. 그게 전부일까. 흔히 간과되곤 하지만, 여기 담긴 곡들을 빚어낸 편곡과 연주는 이 음반을 ‘1970년대 포크 대표작’ 반열에 올려놓은 화룡정점에 해당할 것이다. 그래서 자칫 평이하게 들릴지도 모를 곡들은 다채로운 편곡과 구성으로 아기자기하게 변모했다. '나 돌아가리라'는 관악기, 신서사이저, 기타를 활용해 프로그레시브한 느낌마저 주고, '눈송이'는 맑고 깨끗한 수정체의 이미지를 자아내며, 번안곡들은 마치 처음부터 현경과 영애의 노래들이었던 것처럼 원곡의 존재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동방의 빛은 이장희, 투 코리언스, 사월과 오월 등의 음반에서와 달리 현경과 영애의 이 음반에서는 보컬 하모니 중심의 편곡과 비교적 어쿠스틱한 질감의 사운드에 집중한 듯하다. 대표적으로, 강근식의 기타는 (본래 클린 톤을 선호해서 로킹한 스타일과 거리가 있긴 하지만) 마치 앰프의 증폭을 낮춘 것처럼 들린다. 트레이드마크 격인 멜로디가 좋은 프레이즈와 딜레이/테이프 에코 효과는 여전하지만, 퍼즈나 와와 이펙트를 쓸 때조차 배경에 깔 듯 제어해서 은근한 맛을 준다. 간간이 싸이키델릭한 질감이 묻어 있지만, 여러 번 되새김했을 때 겨우 귀에 들어올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말하자면 간결하되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하되 소박하다.

이 음반이, 물론 일부지만, 여전히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음반처럼 1970년대 초 포크의 ‘본연’을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는 결정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당대적으로 보아도, 이 음반이 발표된 1974년은 이미 포크가 대중화와 변이의 급물살을 탔던 시점이란 걸 감안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 포크 붐 속에서, 아마추어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포크 공동체를 밑에서 떠받친 이들 중 한 부류(미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인맥)와 뛰어난 스튜디오 세션을 들려준 진용 중 하나(동방의 빛)가 만나 절충적으로 빚은 성과는 평가할 만하다. 이런 음악 동료들과의 어울림은 이 음반이 자칫 빠질 수 있었던 포크 순수주의라는 관념성의 덫을 피하게 했다.

하지만 이 음반이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 포크 음반을 찾긴 어렵기 때문이다. 현경과 영애의 보컬은 성량과 기교가 아니라 사람의 음성이 어우러질 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때의 아름다움은 듣는 이 스스로 독창부터 합창까지 불러보면서 노래 부르는 맛을 느끼게 하는 전이성을 지닌다. 요컨대 이 음반이 소중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노래와 하모니가 지닌 원초적인 아름다움, 나아가 ‘아름다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꿈을 꾸밈없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꼭 물질적 비만과 정신적 빈혈의 시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잊고 살지만, 노래와 사람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소중하고 유효하며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용우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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